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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浮察日記, 세르비아 시인이여

 

 

 

여긴 당신이 띄워 올린 작은 상자 안입니다

투명한 바닥엔 검은 물이 바람에 쓸리듯

고요하게 별들을 박은 채 떨리고 있습니다

저만치 당신이 떠나보낸 늑대가

절룩이며 가고

나는 붉은 병을 든 노인과

열이면서 하나인 여자를 수레에 태우고

찰박이며 갑니다

 

바닥 저 아래엔 제사장들이

뒤집어 볼 수 없도록 무거운 돌로 누른

仰觀天文圖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자신의 옷깃을 놓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고 있네요

벚꽃 핀 산자락엔 집짓기 놀이를 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어제는 내게 노는 법을 설명하기에

진짜 집을 지어보라는 말로 값을 치르고 왔는데

여전히 노는 법을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군요

 

당신 말대로 상자 속에 펼쳐진 바깥은 끝없이 넓은데

걷다보면 상자 속엔 또 하나의 작은 상자가 있을 테고

그 안에 펼쳐진 바깥은 또 얼마나 넓을까를 생각 합니다

나의 걸음이 그대의 한 변에 가 닿아 모서리가 될 때

또 기별 하겠습니다

 

봄날에

 

*세르비아 시인한테 보내는 부찰일기는 수행으로 오래된 미래를 향하여 초월한 삶을 노래한 세르비아의 시인 바스코 포파에게 보내는 소식이다. 부찰일기(副察日記)는 하늘을 보는 세 가지 시선 중에 우러러 보는 앙관(仰觀)과 위에서 굽어보는 부찰(副察)과 직관하여 보는 중조(中調)의 우주관 중 두 번째 시선으로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노래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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