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세상의 모든 것은 빛으로 이루어진 하늘 광음천에서 비롯된 미메시스 사람도 사람의 마음도 사람의 몸도 사람이 만든 도구도 세상의 모든 것은 빛에서 비롯된 미메시스 사람 마음의 저편 오래된 미래로 마음을 닦으며 가면 빛의 세계 광음천이 있네 마음을 닦는 것이 노래고 바둑이고 연기라 해도 도구는 사용할 뿐 도구와 싸울 일은 아닌 것 도구에 깃든 鬼와 노래하고 바둑두고 연기하는 것은 빙의라는 싸움이라네 나와 너와 노래하고 바둑두고 연기하는 한마음이 닦음이라네 한마음은 스승이고 신이고 하늘이고 우주라네 한마음은 내 안에서 여는 너 여래라네 (2019 년)
수메루 신화 진안박물관 특별전시실엔 수메루가 솟고 금강륜이 펼쳐있다용담에서 떠난 이들의 마음을 그릇 안에 펼쳐 놓고 가장자리를작은 금강륜으로 감쌌는데, 미술 하는 소영권이 큰 금강륜의 벽에 지옥도를 그리고 있다박물관 학예사는 상구보리의 욕망을 거두고 이웃 박물관 학예사와 나를 불러 중생세간을 같이 꾸미자며 화해시키려 한다중생세간에 길을 내고 신화의 뒷면에 대한 다툼으로 맞이하는 새벽,날 밝으면 지나야 할 길 위에 고라니가 차에 받혀 처참하게 나뒹군다전시가 개막하면 관람객들은 재현한 세상을 보며 자신이 밟고 선 곳이지옥인 줄 알아볼까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수메루 세상을 꾸며놓고 오는 길,애통하게 번진 고라니의 핏물을 비가 오셔서 씻어주니 고라니가 털을 하얗게 바꾸며 일어나 숲으로 뛰어든다 (..
배반의 말 안개여너는 온 몸으로 나를 감싸고 있어커다란 대추모양으로하지만 난 너를 배반 한다나는 씨가 아니라 나무로모양을 키우기 시작했거든 굵은 줄기에서 뻣뻣하게 가지를 뻗으며지난여름의 살기를 품은 억센 가시로 나를 안은 너의 가슴과 목덜미와 턱과 겨드랑이그리고 네 음부 근처 부드러운 허벅지까지,찔릴 때 고통보다 빼는 고통이 더하도록 힘껏 찌르고 있어가끔 너의 고통을 생각할 뿐, 나의 의도는 단 한 가지네 살갗 속 신선한 생살과 박동하는핏줄을 유린하고 붉은 피를 터뜨려살과 박힌 가시의 미세한 틈으로흘러내리게 하는 것 나는 네 피에 젖으며배어나오는 핏물과 신음처럼천천히 눈물만 흘릴 거야 온몸으로 감싸 나를 보호해 온 안개여나는 이렇게 너를 배반하고 있다 언젠가, 배반의 가시가 녹을 리 없고네 몸에 박힌 가..
너는 아는가 털북숭이 물고기여 너는 아는가 일렁이는 물결 따라 너의 잔 털 들은 부드럽게 일렁였다 촉촉한 레몬 향기는 네 털 새에 스몄다가 플랑크톤처럼 내게로 헤엄쳐 왔고… 순간 일렁이는 달빛을 반사하며 비수처럼 내게 꽂혔다 털북숭이 물고기여 너는 아는가 네 털에 간지럽힌 나의 어깨가 잘리운 팔을 보고 버석 버석 우는 이유를, 털북숭이 물고기여 너는 아는가 비늘 덮인 새여 어데 자는가 네가 머물렀던 가시나무엔 그믐달이 꽂혀 빛을 잃어가고 쏟아진 달빛은 나무가 빨아 먹었다 레몬 냄새에 흐득여 울 때 너는 떠났고 잘린 팔을 보는 나의 눈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미지근한 눈물마저도, 비늘 덮인 새여 어데 자는가 (1998년)
시큰한 막대기 창자에서 훙곽 사이를 꿰며 오르는 시큰한 막대기어제 밤엔 그렇게 막대기 하나가몸 왼편에서 울었어 시큰함은 욕망이고 아픔반가움이고 슬픔울음이고 울림이네 한 사람의 꿈과 한 사람의 바닷가 벚꽃 길은옷자락 안쪽에 그려진 비밀지도 속 갈래길시큰함이 막연함인 것은 내가 아는 독도법의 시한이 오늘까지라는 것 우화 속 햇님이 비칠 때 그 옷 한 겹이 벗겨지고새 지도가 그려진 다른 겹의 옷깃이 열리기 때문거기엔 당신이 타고 갈 가마길과 당신이 삼킨 보석을 보관할 고요한 마을이 있네 (2010년)
還俗 절담 위에 돌탑 쌓고나이테 지워 온 千年하늘가 개상사화 피운 그대에게石佛께 부탁하여 雲橋를 건너오 -야! 문 좀 열어오동나무에서 나오는 소리 좀 듣게사막의 모래를 움켜다가펄럭이는 깃발에 힘껏 뿌려봐옆구리 가죽 찢어 비파를 연주하며부엌 쓸던 빗자루 수수꽃 피워배고픈 새에게 부탁하여 산 너머보숭한 비탈밭 모퉁이에 새살림 채려봐 그림자만 날아가고 남은 새와이야기할 때 나의 그림자는 나를 찾아뒷산 언덕을 넘어 간다새의 그림자와 내 그림자의 邂逅相逢을 위해또 다시 千年 …… (1998년)
기억 한 철 손가락 (季節에게) 너는 그때의 순간을 불러내고그 기억을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짓누른다덕분에 소리는 귀를 먹고냄새는 코를 삼킨다눈을 찌른 색깔은 째진그곳에 찬물을 길어다 채운다 기억 (찌름에게) 욕망의 변주여 네가 가리고 선 슬픔이 배어나와또 다른 기억을 지목했다피하는 대신 내가 네 안으로배어 들어간다이 완벽해지는 상황에서너는 어느 편이냐 연민 (慾望에게) 너를 어느 쪽에도 놓아두지 않았다여목櫔木의 꽃이 떠오른 두무소 물빛이 한시도 멈추지 않듯,地軸마저 거역하고 기우는내 안에서 너는 중력의 부름을 따라소리 없이 흔들리며 쏟아져 가라 浮石 (쏟아짐에게) 내년 오월이면 마저 지우지 못한粉紅을 다시 피우겠지만늙은 사과나무는 선승처럼 제 살갗에 버짐을 또 한 겹 일군다피고 지는 지표를 담담하게 ..
파브리아노지에 수채 시간의 길을 따라 시간의 집에 사는 시간에게로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야 당신이 째깍 이는 바늘로 뜨개질 하고 있을 외딴집으로 가는 오솔길 어귀에서 당신의 집 한쪽을 들어 올리는 기울어진 중력을 보며 나는 웃고 있어 쪽문을 열고 들어가 예각으로 기울어지며 기다리는 당신에게 둔각으로 쓰러져 안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 길 옆 노송들이 나를 보며 미소 짓네 나의 상상이 조금은 귀엽고 琥珀 속에 갇혀 바깥으로의 표면에 여린 손을 대고 내다보던 어린아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끝을 모르는 길의 바깥에서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점선으로 지어진 두 개의 집에 들어 살다가 형상 없는 당신이 못내 그리워 이제 곁에 와서 반가운 눈물을 쏟네 노랗고 투명한 나의 안에서 손에 잡힐 듯 느껴지던 당..
봄 -浮察日記, 세르비아 시인이여 여긴 당신이 띄워 올린 작은 상자 안입니다 투명한 바닥엔 검은 물이 바람에 쓸리듯 고요하게 별들을 박은 채 떨리고 있습니다 저만치 당신이 떠나보낸 늑대가 절룩이며 가고 나는 붉은 병을 든 노인과 열이면서 하나인 여자를 수레에 태우고 찰박이며 갑니다 바닥 저 아래엔 제사장들이 뒤집어 볼 수 없도록 무거운 돌로 누른 仰觀天文圖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자신의 옷깃을 놓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고 있네요 벚꽃 핀 산자락엔 집짓기 놀이를 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어제는 내게 노는 법을 설명하기에 진짜 집을 지어보라는 말로 값을 치르고 왔는데 여전히 노는 법을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군요 당신 말대로 상자 속에 펼쳐진 바깥은 끝없이 넓은데 걷다보면 상자 속엔 또 하나의 작은 상자가 있을 테..
봄-아르헨티나 시인께달에서 고향을 보고 있을 > 달에 사는 > 달로 이주한당신이 설계한 길은 시간을 넘어서 버렸다오 봄 안에서 깊은 숨을 쉬고 있네 저 산,능선엔 누운 나무 등걸을 한 처녀가 넘네나의 꿈에는 달이 떴고 달엔 오솔길길엔 아가씨 하나 자신의 그림자를 지우며 가네미로처럼 갈라져 가는 길은 어디에나 있고둘은 각자의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드네허구 같은 날은 둘이 만날 기일순간 달은 산으로 지고 숲에는 두 길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닿으며푸른 달빛 속에서 그녀들도 만나네그녀들이 만난 자리에 그림자는 너무나 엷어지울 필요조차 없네
먼 길 그래, 그대는 소멸이라는안개 속으로 나아갔다어제는 내리는 어두움에 가로등이 무릎 아래만 남기고 묻혀갈 때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불을 켰지바람은 계절이 다른 나라를 향해시린 가슴을 불어 간다 서리는 과연, 마른 풀잎과 푸석한 흙더미 위에서 빛나는 은빛의 자신이 그대의 체온임을 햇살이 떠나기 전에 알까갈래 길에서 방향은 부질없는 것 단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을 때 더 먼 끝이 있는 곳으로서있을 시간이 조금 더 길 듯한 길로 들어서야지서리도 바람도 없는 곳길손이 아닌 자신만의 불을 밝히는가로등만 하나 서 있는 소멸 속으로 열려가는 저 길 어귀에도 작은 움직임이 있다연두색 한 잎 고요한 기지개다
시간의 길을 따라 시간의 집에 사는 시간에게로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야 당신이 째깍 이는 바늘로 뜨개질 하고 있을 외딴집으로 가는 오솔길 어귀에서 당신의 집 한쪽을 들어 올리는 기울어진 중력을 보며 나는 웃고 있어 쪽문을 열고 들어가 예각으로 기울어지며 기다리는 당신에게 둔각으로 쓰러져 안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 길 옆 노송들이 나를 보며 미소 짓네 나의 상상이 조금은 귀엽고 琥珀 속에 갇혀 바깥으로의 표면에 여린 손을 대고 내다보던 어린아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끝을 모르는 길의 바깥에서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점선으로 지어진 두 개의 집에 들어 살다가 형상 없는 당신이 못내 그리워 이제 곁에 와서 반가운 눈물을 쏟네 노랗고 투명한 나의 안에서 손에 잡힐 듯 느껴지던 당신을 이제야 만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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