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파브리아노지에 수채
시간의 길을 따라 시간의 집에 사는 시간에게로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야 당신이 째깍 이는 바늘로 뜨개질 하고 있을 외딴집으로 가는 오솔길 어귀에서 당신의 집 한쪽을 들어 올리는 기울어진 중력을 보며 나는 웃고 있어 쪽문을 열고 들어가 예각으로 기울어지며 기다리는 당신에게 둔각으로 쓰러져 안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 길 옆 노송들이 나를 보며 미소 짓네 나의 상상이 조금은 귀엽고 琥珀 속에 갇혀 바깥으로의 표면에 여린 손을 대고 내다보던 어린아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끝을 모르는 길의 바깥에서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점선으로 지어진 두 개의 집에 들어 살다가 형상 없는 당신이 못내 그리워 이제 곁에 와서 반가운 눈물을 쏟네 노랗고 투명한 나의 안에서 손에 잡힐 듯 느껴지던 당신을 이제야 만나게 된 걸 보면 아마도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지 싶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밟으며 돌고 돌아서 온 거지
그래! 당신은 구부러진 먼 오솔길인 거야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還俗 (0) | 2018.08.21 |
---|---|
기억 한 철 (0) | 2018.05.14 |
흰 머리칼 속 소년 (0) | 2018.04.29 |
TV 보다가 주무시는 어머니 (0) | 2018.04.09 |
새벽 (0) | 2018.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