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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총살

haeoreum 2018. 8. 26. 20:34

총살

 

 

 

오늘까지 보낸 감방 저쪽 빈터엔

은사시나무 하나 담담하게 섰습니다

가지에 앉은 까치 은시 라고 까각 대지만

나무는 구지 은사시나무를 고집합니다

 

사형수는 오늘 처음 빈터에 나왔고

갚지 않아도 될 빚처럼 가벼운 햇살

은사시나무의 잎과 사형수의 얼굴에 고르게

나눠 비치었습니다

천조각이 얼굴에서 그 가벼운 햇살을

치워주었고 저격수들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가슴을 떨며

 

까치는 날아가고

사형수가 기대섰던 햇살 반짝이는 은사시나무는

울리고 흩어진 총소리에 더욱 담담합니다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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