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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메루 신화
진안박물관 특별전시실엔 수메루가 솟고 금강륜이 펼쳐있다
용담에서 떠난 이들의 마음을 그릇 안에 펼쳐 놓고 가장자리를
작은 금강륜으로 감쌌는데, 미술 하는 소영권이 큰 금강륜의 벽에
지옥도를 그리고 있다
박물관 학예사는 상구보리의 욕망을 거두고 이웃 박물관 학예사와
나를 불러 중생세간을 같이 꾸미자며 화해시키려 한다
중생세간에 길을 내고 신화의 뒷면에 대한 다툼으로 맞이하는 새벽,
날 밝으면 지나야 할 길 위에 고라니가 차에 받혀 처참하게 나뒹군다
전시가 개막하면 관람객들은 재현한 세상을 보며 자신이 밟고 선 곳이
지옥인 줄 알아볼까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수메루 세상을 꾸며놓고 오는 길,
애통하게 번진 고라니의 핏물을 비가 오셔서 씻어주니
고라니가 털을 하얗게 바꾸며 일어나 숲으로 뛰어든다
(2010년)